본고는 이규보(李奎報)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를 지리지적(地理誌的)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 보고 그 면모를 고찰했다. 「남행월일기」는 기본적으로 산수유기(山水遊記)에 속하는 작품이다. 다만 산수미의 형상화보다 유람지들의 정보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지리지적 성격을 지닌 산수유기’로 볼 수 있다. 산수유기가 지리지적 성격을 지니는 것은 장르 경향 중 하나라 할 수 있으며, 「남행월일기」는 한국 산수유기의 역사에서 이 경향을 선도한 작품이다. 한편 산수유기와 지리지의 상위 장르인 ‘기’(記)와 ‘지’(誌)는 ‘사실 기록’이라는 기본 성격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넘나들며 혼용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보면 「남행월일기」가 지리지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남행월일기」의 지리지적 성격은 먼저 그 수록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다. 「남행월일기」에는 이규보가 유람한 지역들의 지세, 식생, 풍속, 종교 등과 같은 정보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 정보들은 해당 지역들의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록 정보들이 후대 지리지에 수용된 실태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서도 「남행월일기」의 지리지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행월일기」 수록 정보들은 조선 초기에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수용된 이래로 조선 시대 거의 전 시기 동안 전국 단위의 것은 물론 지역 단위 것에 이르기까지 지리지에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 이는 「남행월일기」가 애초에 지리지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었기에 가능한 일로 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에 따라 「남행월일기」의 위상을 지리지적 측면에서도 정립해 볼 수 있었다. 「남행월일기」 수록 정보들은 거의 전라북도에 대한 것이며, 그 이전의 저술 중 전라북도에 대한 정보들을 집중적으로 수록한 것을 발견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남행월일기」는 전북지(全北誌)의 성격을 지닌 가장 이른 시기의 저술로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국문초록
1. 들어가는 글
2. 「남행월일기」의 장르적 성격
3. 「남행월일기」의 지리지적 성격
4. 마치는 글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