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2025).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의 ?유호남기(遊湖南記)? 연구 :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 전북학연구, 14, 133-166.
Series/Report no.
전북학연구; 제14집
Abstract
19세기 후반을 활동기로 삼았던 연재 송병선은 우암 송시열의 9세손으로, 아우인 심석재 송병순과 함께 연재학파를 창시·공유한 홍유이자 우국지사다. 송병선은 평생토록 독서와 강론·강학·저술 활동에 주력한 산림형의 재야 유학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송병선은 강론·강학 활동에 뒤이은 저술과 관직 진출에의 저울질로 요약되는 생애 세 번째 단계인 학문적 심화기에 진입한 이후로, 전국의 명산을 찾아서 본격적으로 유람에 임한 사실이 주목된다. 그중에서 1869년(39세)에 호남의 산수를 심방하고 남긴 「유호남기」의 경우, 송병선이 찬한 22편 유기의 평균적인 면모를 간직하고 있을뿐더러, 과거 이 지역의 산수의 실경과 역사적 상관물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에 전북권의 산수를 대상으로 한 (남원)·(고창)·(부 안)·(무주) 4편을 중심적인 서술단위로 설정하고, 여타의 유람기를 두루 원용하는 차원에서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하여 전북권의 산수를 대상으로 한 4편에 유람기에는 불교적 서술단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특징을 포착하였다. 또한 송병순이 기술한 사찰·암자와 그 주변 전경은 지리산·도솔산·변산·덕유산 묘사와 극히 조응하는 맥락임을 확인하였다. 한편 송병선이 기록한 유교적 서술단위도 일정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불교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신에 스승인 송병선과 동참한 숱한 문인들의 명단이라든가, 산중에서 진행한 독경·강학 활동은 연재학파의 연대감과 면학 열기를 아울러 엿보게 해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유호남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안목 있는 산수 품평과 더불어, 전북의 명산을 대상으로 하여 비교의 관점에서 수행한 실경 묘사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의 경우, 이상에서 논급한 제반 특징을 간직하고 있을뿐더러, 변산반도의 곳곳을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내어 주목된다. 또한 「유호남기」는 송병선이 직접 두 발로 등반한 결실이기에, 그의 유람이 ‘양기(養氣)’로 표현한 기력 배양을 겸한 스포츠의 성격을 겸하고 있음이 간취된다.